고등학교 때 진학을 앞두고 과를 선택하면서 나는 갖가지 재미있는 이름들을 가진 과들을 제쳐두고, ‘각각의 나무가 아닌 커다란 숲을 본다’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슬로건을 달고 있는 산업공학과를 지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입학을 하고 나서는 그 어느 누구도 내게 ‘산업공학이란 무엇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고로 당시의 나 역시, 그 누군가 ‘산업공학은 무얼 하는 곳이니?’라고 물어볼 때면 겸연쩍게 웃으며,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경제와 경영 그리고 컴퓨터, 통계, 수학 등을 고루 배우고 있어요’라고 매우 뜬구름 잡는 듯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4학년이 되어 학부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왜 그렇게 두루뭉실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을 뿐……

‘산업’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18세기 중후반의 산업혁명이래로, 인간은 분야를 불문하고 갖가지 학문들을 발전시켜 왔으며, 특히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들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나는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학’인 ‘산업공학’이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는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후배들에게 ‘산업공학이란 무엇이다’라는 뚜렷한 명제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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