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고와 올해 계획을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루다가 어느덧 2월이 되었다. 얼렁뚱땅 넘어가게 생긴 와중에 구정이 되었고, 더불어 나를 많이 아껴주셨던 친구의 어머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나서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잠시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보면, 우리 나라에서 같은 해를 시작할 기회가 두 번 주어진다는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Life is so vulnerable and unpredictable. Gotta cherish people that we love and value, and not wait till it’s too late. – My good friend YY

올해의 주요 사건

2014년에는 월별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 1월: 계획했던 휴식기답게 푹 쉬었음
  • 2월: 미국 Sunlight Foundation에 2주간 Exchange Fellow로 초청 + 미국 여행
    • 온라인으로만 알던 open government 계의 수많은 스타트업과 NGO의 사람들을 만나고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마어마한 society의 규모와, 그들의 자부심에 놀랐다. 하나하나의 단체는 마치 스타트업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그들간에 연결과 협력망이 워낙 촘촘해서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corporate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는 아직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날 준비가 되었던 때가 아니어서 매일 반복적으로 여러 개의 미팅을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지금 간다면 조금 다를텐데 하는 아쉬움도 :)
    • Fellowship 덕분에 방문 일정이 끝난 후 DC, 뉴욕, 플로리다 등을 2주간 여행하고 왔다. 때때로 생각나는 이 때, 정말 행복했다. 난생 처음으로 여행 중 먹고 마시는데 돈도 아끼지 않고 펑펑 쓰고 다녀서 2주 간 쓰고 다닌 돈이 대학원생 몇 달치 월급. 꺅! ㅎㅎㅎ 취직할데가 있을까 싶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플로리다에 살아보고도 싶다.
  • 3월: 외할머니 팔순잔치
    • 어느덧 존경하는 외할머니의 팔순. 항상 건강하셔서 다행이다.
  • 4월: 동아사이언스 인터뷰(5월호), 세월호
    • 우리나라에 정말 큰 일이 있었다. 이 일이 터졌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외국에 갈 일이 있으면 세월호에 대한 질문을 꼭 받았다. “너희 사회는, 그 비극을 어떻게 사회적 발전으로 승화시켰니?”
  • 5월: 발리 OGP 컨퍼런스 + 서울 e-Parl 컨퍼런스 + 미소
    • 미국 NDI에서 OGP Asia Conference에 패널로 초청해줘서 아시아권 정부 인사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 정부들은 직접 서비스 제작을 하기보다는 좋은 building block을 제공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 이 때를 틈타 poodl release! 국회에서 API와 데이터를 개방하기 이전에, 경험을 쌓아보자는 차원에서 개방한 정치 데이터셋.
    • 그 이후 바로 UN 주최의 Biannual e-Parliament Conference를 국회에서 호스팅해서 참석할 기회가 주어졌다.
    • 나와 반평생을 함께한(?) 우리집 강아지 미소가 많이 아파해서 걱정스러운 한 달이었다. 요새는 다시 기력을 되찾아(?) 건강하고 정정하게 말썽피우며 다닌다.
    • 그 외: 발리에서 Fitbit을 잃어버리고 와서 너무 안타까웠고 브로가 넥서스7 2014를 선물로 줌! 으흐흐. 1
  • 6월: 캘리포니아 학회 및 여행
    • 이번에는 학회를 빌미로 캘리포니아로 가게 되었다. SF에서 해커톤도 참석. 미국은 참 많은 일이 개방과 협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학과의 우수연구자에게 주는 이중한 상 시상. 탈 자격이 있나 싶어서 부끄럽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파이썬 한국어 분석 패키지 KoNLPy v0.1 릴리즈. 숫자만 다뤄오던 사람이 텍스트를 다루게 될 때 느끼는 장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 패키징에 서투른 연구자가 패키지 개발과 매니징을 한다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일이었던 것 같지만,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프로젝트지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2014년에 가장 잘했던 일 중 하나가 아닐까.
  • 7월: polidata
    • polidata v0.1 릴리즈. poodl의 데이터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모 교수님의 요청에 따라 만들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얼굴도 본 적 없는 커미터들한테 엄청 까였다.ㅋㅋ 덕분에 R 생태계의 장단점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됨.
    • 워낙 미팅이 많아서인지 일의 능률도 많이 떨어져서 같이 coworking하는 분들께 많이 죄송하기도…
  • 8월: KoNLPy
    • KoNLPy v0.3.0까지 릴리즈! 그리고 무려 제 1회 PyCon Korea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 덕분에 패키지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알만한 주변 분들은 다 알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퍼키님의 풀리퀘스트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서 더욱 뜻 깊었던 때!
  • 9월: 초심 준비, 번역, 프랑스어 시작
    • 논문 초심 준비 시작박사 아무나 따는 건 줄 알았다가 큰 코 다침.
    • Visual storytelling with D3 번역 시작. 시각화는 사실 전공과 아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서가 워낙 디테일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길래 오히려 이 기회로 기본기를 탄탄히 다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 2
    • 프랑스어 독학 시작: 원래는 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청강하려다가 유치원생이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으로 배워보기로 결정. 먼저 Duolingo로 기본적인 말하기, 듣기, 쓰기를 익힌 후, 영화, 음악 등 찾아서 반복적으로 듣기 시작.
    • 윤종신 계열의 뮤지션들이 대거 나온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특히 아이유가 나와서 너무 좋았음ㅠ 2015년에도 다시 가고 싶다.ㅎ
  • 10월: 컨디션 관리
    • 노트북도 상하고 3 내 건강도 상함. 졸업 준비한답시고 무리를 했는지 면역력이 떨어져서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알러지로 응급실만 5+번 다녀왔다. 이 때를 계기로 요새는 절대 과로 안 함.
    • 정보과학회, 데마학회, 국회 간담회 등 외부 발표가 많았음.
    • 주변의 관리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일이 생김
    • 겨울철 추위에 대비해 차 사려고 한참 알아봄
  • 11월: 대만 컨퍼런스
  • 12월: 변화에 대한 준비

그 외에도, 2014년에는 특이하게도 한 달에 한 두건 정도는 스타트업 등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붐은 붐인가보다!) 그 제의가 새로운 만남과 상생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한 두번은 서로가 아쉬운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자극이 되기 때문에 좋다.

올해의 베스트

  • 2014년의 가젯: Pebble Pebble
    • 스마트워치임에도 5일간 지속되는 배터리가 가장 큰 매력. 핏빗 아쉽지 않은 만보계 기능도. (by Misfit)
  • 2014년의 웹서비스: Diigo
  • 2014년의 베이커리: 를리지외즈, 서울 관악구
    • 관악구 일대에서 가히 최고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빵집이라고 할 수 있음.
  • 2014년의 숙소: J&L’s Country Home, Clovis, CA
    • 캘리포니아 프레스노 지역에서 요양하시려는 분들께 숙소로 강추! 나는 3일 머물렀는데 이후 일정 다 취소하고 여기 계속 머물고 싶었다… 호스트 분들이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줘서, 정말 행복과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노후에 딱 이분들처럼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
  • 2014년의 영화: Blue is the warmest color
    • 레아 세이두 ♡

올해의 배움

  1. Doing Proofs of Concepts(POC) is almost always right.
    • 포퐁에서 지방선거 프로젝트, 학교에서 의안 예측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느꼈다.
    • 요즘은 분석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POC는 반드시 하고 넘어간다.
  2. 동업자는 친구가 아니다.
    •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친구들끼리 사업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꽤 많이 있다.
    • 하지만 반대로 “동업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2014년에는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동업자” 한 명이 나를 완전히 동업자로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진짜 친구라면 그런 결정들을 내리지 않아”라는 또 다른 친구의 말에 내가 정말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 때부터는, 동업자와 친구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친구와 “동업”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권력이 불균형을 이룰 때, 강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호의를 베풀지 않으면 약자는 배신감을 느낀다.
    • 약자인 경우, 권력의 상위에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 강자인 경우, 달래거나 설득하거나 다른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관계의 신뢰는 깨질 수 있다.
  4.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좋은 사람 말을 듣는다.
  5. 행동 없는 말은 신뢰를 위협한다.
  6. 관심이 깊은 이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7. 성격은 특성이지, 단점도 장점도 아니다.
    • 특정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해당 특성은 단점 또는 장점이 되기는 한다.
  8. 판단력도 능력이다.
    •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할 수는 있어도 탓할 수는 없다.
  9. 업무를 같이 하는 경우, 업무에 대한 ownership을 가진 단 한 사람이 있어야한다.
    • Because not everyone can always agree.
    • 사실은 부부나 연인도 업무를 같이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자신이 없다면 상호존중이 전제된 불평등한 관계가 더 건강한 relationship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항상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회사에도 CEO, CTO가 있듯 사안에 따라 다른 한 쪽이 더 큰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의미.)
  10.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대우 받고 싶은대로 내게 행동한다.
    • 그 사람이 내게 하는 행동을 reflection하면 나도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1. 2013년에 넥서스7을 잃어버린 후, 독서량이 떨어진 것을 넥서스 탓을 했었는데… 브로가 넥서스7을 다시 선물해준 이후에도 독서량이 급감한 것을 보면 그건 완전 핑계였던듯 ㅎㅎ 

  2. 어느덧 교정본도 나와서 2015년 중에 출판될 예정 ^^ 

  3. 12.04 쓸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14.04을 깔고 나니 노트북에서 업글 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ㅠㅠㅠ 이 덕분에 결국 맥북으로 회귀.